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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부터 붕괴되는 시장주의 시스템

2008-04-09ㅣ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지난 2007년 8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터진 글로벌 신용경색 국면은 미국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Bear Stearns)를 한 순간에 무너뜨려 결국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인수되는 결과를 맞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파격적인 금리 인하로도 모자라 300억 달러의 긴급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는가 하면, 투자은행들도 FRB의 재할인 창구를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기관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조치를 취했다.


3월 6일

- 사모펀드 칼라일 캐피탈 마진콜 응하지 못함

3월 7일

- 비농업 부문 2월 고용 6만 3,000명 감소발표

- 다우지수 12,000선 붕괴

3월 11일

- FRB 2,000억 달러 유동성 공급 발표

3월 12일

- 칼라일 캐피탈, 유동화 보류요청 실패

-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 부인

3월 14일

- 베어스턴스 유동성 악화 인정, FRB에 긴급구제 요청

- FRB, JP모건 체이스 은행 통해 긴급 자금 투입 결정

3월 16일

- FRB, 재할인 창구 이자율 0.25퍼센트 전격 인하

- JP모건 체이스 은행, 베어스턴스 인수발표, FRB승인.

3월 18일

- FRB, 금리 0.75퍼센트 인하 결정


지난 3월 월가에서 숨 가쁘게 진행된 베어스턴스 구출 작전은 미국의 첨단 금융시장이 단순히 시장논리에 의해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 결국 국가의 개입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전면화 되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FRB가 수차례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위기는 강도를 더해갔고 결국 올해 1월 부시 행정부가 나서서 1,600억 달러의 세금 환급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고용률 하락과 추가 신용위기를 막지는 못했다. 그 결과 FRB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은행 인수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월가의 금융 불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에 있고 지금은 베어 랠리(Bear Rally, 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 국면)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사건은 다시금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조절과 규제라는 민감한 이슈를 전면화 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베어스턴스 인수 사태가 한차례 수습된 후 발표한 분석 글에서 자유주의적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파산’했다고 개탄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와 시장화 기조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우리 현실과는 달리 오늘날 세계는 금융 조절과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린 <베어스턴스의 구제는 자유주의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제목의 기사(전문)다.

베어스턴스의 구제는 자유주의의 한계를 드러낸다

(The rescue of Bear Stearns marks liberalization’s limit)

- 파이낸셜 타임즈 2008.3.6


- 마틴 울프(Martin Wolf)

- 번역 : 김혜숙 새사연 객원연구원


2008년 3월 14일 금요일을 기억하라. 자유시장 자본주의의(global free-market capitalism) 꿈이 사망한 날이다. 30년 동안 우리는 시장 주도의 금융 시스템(market-driven financial system)을 추구해왔다. 베어스턴스를 구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 통화정책 책임 기관이자 시장자율의 선전가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는 실제 “나는 더 이상 시장의 자기 치유력을 믿지 않는다”고 선언한 도이치방크 요셉 아커만(Joseph Ackermann) 은행장의 말과 완전히 일치한다. 규제완화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는 걸 구제하려는 FRB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FRB가 특정 투자은행에 직접 대출하기로 한 결정과 자신의 회계장부에 신용 위험을 부담하기로 한 선택이 파산의 위험에 의해 정당화되는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에 연루된 관료들은 진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들은 분명 이 시대의 위험성 - 전 FRB 의장인 알랜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고통”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 을 지적하고 허약한 시장 상황에서 베어스턴스가 차지하는 역할이 적지 않음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FRB의 결정이 내포하는 의미에 더 주목하고자 한다. 단순하게 베어스턴스는 구조적으로 너무 중요해서 파산해선 안 된다고 여겨진다고 하자. 이러한 견해는 실제 위기의 순간에 결정을 서두르게 만든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는 새로운 기능들이 출현한다. 19세기에 중앙은행이 (상업은행들의) 마지막 대출자 기능을 했던 것을 기억해 보라.


FRB의 결정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FRB와 같은 기관들에게 훨씬 더 많은 규제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FRB는 투자은행에게 어떤 값비싼 보험을 제공해 왔다. 베어스턴스 구제 이후 주식시장에서 실제 일어난 일들을 봤을 때 이는 분명해진다. 다른 대규모 투자은행들은 주가의 급격한 상승을 만끽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투자은행에 대한 금융시장의 “파업”은 상업은행에서의 예금 인출 러시에 상응한다고 FRB는 결정한 것이다. FRB는 이런 기관들에게 유리하도록 통화가 흐르는 수도꼭지를 열어버렸다. 더 강력한 규제가 함께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 위기가 끝나면 월 스트리트는 자본의 요건이나 유동성에 대한 부담스러운 규제에 저항하여 로비를 벌일 것이 뻔하다. 그들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의 위치는 불안정하다. 구조적으로 중요한 기관들은 그들이 받고 있는 공식적인 보호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경기 하강의 책임을 일반 사회로 이전시키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위험의 상승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단지 정의의 문제만이 아니다(물론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는 효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규제되지 않고 보조금이 지급되는 카지노는 자원을 잘 배분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 보조금은 주주들 뿐 아니라 모든 채권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그 결과는 펀드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싸게 만든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잘못 배분되는 인센티브들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


베어스턴스 구제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FRB가 생각했다는 사실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예전에 나는 위험을 증권화(securitisation)시키면 그 중의 상당한 양이 규제된 은행시스템 바깥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기대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 영역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으로 판명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위험들이 증권화 시장을 고위험 지대로 만들었고, 그 결과 이들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베어스턴스 같은 기관들에게 치명적 손실을 입혔다.


그런데 투자은행들까지 FRB 안전망 아래 두게 한 것, 즉 FRB가 금융 자유화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했던 것은 지금의 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그리고 조만간 다른 선진국들의) 주택시장 혼란 때문이기도 하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최근의 한 연설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책임도 없고 신중함도 없다”고 표현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사람들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FRB가 말하는 “범죄적이고 미친(criminal and crazy)” 짓인 것이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대출로 인해 금융 시스템이 입게 되는 손실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폭락, 채무 불이행의 급증 그리고 압류 조치 등은 수백만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유권자들이 행한) 경솔한 행위의 비싼 대가일지라도 정치인들은 그들의 상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여파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규제들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만약 미국이 높은 수준의 금융 규제 완화를 통과시킨다면 이는 세계적으로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지난 20년간 중대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들에게 자유롭고도 견고한 금융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다고 최근까지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러한 나라들에게 미국이나 다른 고소득 국가들에서 최근 발생한 시장 실패가 긴급한 경고가 아니라고 설득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엄청난 경험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이러한 덫을 피할 수 없다면, (그들은 물을 것이다) 왜 우리가 더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장기적으로는 규제가 완화된 금융시장을 선호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현재의 (금융) 혼란은 매우 중대하다. 여전히 우리는 지금의 혼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미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금융 수익률의 급락과 주택 가격의 붕괴 그리고 생필품 가격의 높은 상승은 심각한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복합적 원인이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FRB는 이미 단기 이자율을 2.25퍼센트 인하 하였다. 한편 FRB는 이미 달러 하락과 인플레이션의 부활로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세상이 불 속에서 멸망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빙하 속에서 멸망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버드 대학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최근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인용하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금융 황폐화(불)의 위험과 인플레이션(빙하)을 설명했다. 지금은 위기에 처해있는 시기다. 미국은 규제완화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얻었던 것들을 버리지 않고서는 피할 수 없는 이 변화의 국면을 헤쳐 나가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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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0 19:57 2008/04/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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