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특목고 명지외국어고등학교를 특목고 입시학원과 학습지 출판을 주업으로 하는 사교육 재벌업체인 대교가 인수했다. 특히 대교는 서울 은평 뉴타운에 자립형사립고를 추진하다가 반대여론으로 무산돼자, 입시명문고로 입시학원화된 외고 운영 재단을 인수해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학부모 기피학교가 사교육업체 운영학교가 되기까지
사립학교인 명지외고는 현재 학교재단이 대교가 운영하는 봉암학원으로 변경되었으나 2003년 9월부터는 명지교육학원이 설립인가를 받아 개교하였고, 그 이전에는 쌍정학원에서 운영하던 정원고등학교였다. 정원고등학교는 2002년 안양권의 고교평준화 도입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입학거부 사태로 폐교되었던 학교이다.
정원고는 안양권 평준화 실시 과정에서 교통이 불편하고 공장지대 및 소련원 등 학교 주변 환경이 좋지 않고, 내신 성적 130점 이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란 이유로 대다수 학부모들이 학교 배정을 거부한 것이다. 배정거부 사태 후 교육청은 신입생 학부모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기존 교원 공립 특채, 우수교원 확보, 재정 결함 지원금 10억원 투입, 장학관 상주, 다른 학교와의 시설 격차 12억 9천억원 지원, 추가 20억원 지원 등 정원고 정상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원고 사태는 교육청 약속 이행이 잘 되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고 결국 무능한 교사들 때문에 학생 학부모가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일관되었다. 교장도 ‘저희 학교를 선택하게된 학부모님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폐교의 길을 걸었다.
교육청의 정상화 정책은 결국 폐교인 정원고를 특목고인 외고로 만드는 것이었다. ‘서울 강남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강남 이외의 수도권 지역에 특목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리(재정경제부 장관 윤진식)는 결국 경기권에 외목고 건설 붐을 일으키면서 정원고도 그 대상이 되었다. 명지교육학원이 외고 설립허가를 받으면서 정원고는 특목고로 변신하여 2004년 입시에는 경기지역 최고의 경쟁률(8.15 대 1)을 보였다.
이제 개교 4년차 밖에 되지 않은 명지외고는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페르마에듀를 자회사로 둔 사교육 재벌 대교가 운영하는 학교가 되었다.
시민의 혈세가 결국 사교육 재벌에 돌아간 꼴이다.
교육청은 정원고 정상화대책으로 제시했던 인적 물적 지원을 포기하고 사학재벌인 명지교육학원에 폐교상태나 다름없는 정원고를 인수하도록 하였다. 명지외고 4년동안 의왕시와 교육청은 제2기숙사 설립비 57억원, 인조단디운동장 조성에 3500만원, 멀티미디어 교체 사업에 5000만원 등 58억원이 넘는 예산을 교육비 보조금으로 지급해 왔다. 결국 시민의 혈세가 사학재벌 나아가 사교육 재벌 업체의 돈벌이에 놀아난 꼴이 되어버렸다. 현재 보조금을 지급했던 의왕시나 교육청은 외고 명칭을 '의왕외고'로 해달라고 하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교육 재벌 대교는 어떤 회사인가
대교는 1986년 12월 설립 이후 1999년 6월 논높이 학습지 회원이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최고의 학습지 업체이다. 2006년 매출액은 8,350억원으로 여타 경쟁업체인 구몬이나 웅진씽크빅에 비해 매출규모가 월등치 크고, 방과 후 컴퓨터교실 등 학교사업도 매출액 중 3.6%나 차지하고 있다. 2007년 3월 기준으로 보면 전국 시장에서 439개 학교(22.7%)로 전국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교는 2006년 7월 특목고 입시명문학원 (주) 페르마에듀 지분 51%를 인수하여 자회사로 두었다. 페르마 에듀는 ‘생각하는 수학’을 기치로 한 특목고 전문수학학원으로 직영학원 10여개를 포함해 전국 60개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2004년부터 수리논술 프로그램을 특화해 특목고 입시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교육 업체이다. 또한 대교는 중등 온라인 학습사이트 ‘공부와락’을 오픈하여 초등학생부터 예비고등학생까지 온라인 학습시스템을 제공하며 특히 특목고 강좌와 화상관리시스템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공룡입시 사교육업체가 특목고인 명지외고를 인수함으로써 공교육영역인 학교와 사교육 영역인 학원을 운영하게 되면 공교육이 사교육 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또한 2007년 10월을 기준으로 상장된 사교육 업체의 외국인 지분 비율을 볼 때 대교의 경우 24.57%나 된다. 페르마 에듀도 증권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사교육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면서 외국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된다는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설립 취지에 맞는 특목고로 거듭날 수 있을까
외고와 사교육 업체가 위기를 맞이한 때가 있었다. 노무현정권 말기에 교육과정 편법 운영과 사교육 확대 등의 문제로 특목고 지정 폐지가 논의되었고, 김포외고 입시비리문제로 학원과 외고간의 유착이 들어나면서 일반고 전환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교육시장화 정책과 서울시 교육감의 학력신장 정책은 유학반, 자연계반 운영 등 외고의 편법운영, 문어발식 확장으로 공룡재벌이 성장한 사교육 업체에 날기를 달아준 꼴이다.
본래의 특목고 설립 취지와 다르게 외국어고는 유학반, 자연계반 등 교육과정 편법 운영 등으로 입시학원화 되어버린 지 오래다. 입시명문고가 되면서 법조계나 기타 영역에서 새로운 학벌을 형성하면서 학벌과 부를 대물림하는 통로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많다. 외국어고는 초등학교까지 사교육 열풍을 일으키며 공교육 기반을 흔들어왔고, 김포외고 입시문제의 학원 유출 사건에서도 보듯이 특목고는 사교육 업체의 시장이 되어온 터이다.
대교는 명지외고를 인수하면서 ‘국제전문인력을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글로벌 리더 육성이라는 건학이념을 위해’ 집중투자를 할 계획임을 밝혔다. 수학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사교육업체 대교가 돈벌이 수단으로 특목고를 인수했다는 우려를 씻고, 입시학원화된 외고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