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와 학교현장은 이미 많은 혼란에 직면해 있다. 이는 새 정부에서 연일 쏟아내는 교육정책의 상당수가 비교육적인 발상에 기초하고 있고, 근본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 일제식 학력평가, 고교다양화 300정책, 4・15 학교자율화 조치 등 일련의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교육을 경쟁과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편협한 기조에 기반하고 있어 심각히 문제시된다. 이는 인수위 시절 ‘교육인적자원부’를 개칭하면서 부처 명칭에서 ‘교육’을 제외했을 때부터 우려되었던 바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정책들은 그 표면적 목표와 달리 사교육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입시위주의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수월성제고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도 부적합한 정책수단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소한의 절차도 갖추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어온 교육정책의 발표 방식은 교육(학)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실험적인 것으로서 너무 많은 곳에서 그 부작용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그 타당성이 다각적으로 검증되어야 하며, 현장에서의 적합성에 대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정권의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교육현장을 아이디어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교육은 오래도록 문제시되어온 획일적 입시경쟁을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최소한의 기대조차 저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고교입시를 부활시키고 조기경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소위 ‘4・15 학교자율화조치’는 규제를 완화한다는 한 가지 명분으로 0교시 수업이 부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사설 모의고사를 무한정 실시할 수 있으며, 방과후에 학원이 들어와 보충수업을 통해 영업할 수 길을 열어 놓는 등 교육적으로 논란이 많은 요소들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자율화를 통하여 실현해야 할 교육적 가치를 모호하게 할 뿐 아니라 아동과 학생들을 더욱 강화된 경쟁으로 내모는 정책적 기반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등 교육기회균등에 기초한 평준화정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정책들을 확대 실시함으로써 사실상 고교입시경쟁을 부활시키고 초・중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국가의 공교육에 대한 1차적 책무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철학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이후 부각되는 일련의 정책이 입시경쟁을 초등학교 수준으로 앞당기고, 지필고사 준비위주의 수업을 강화하며, 고교를 서열화하여 고입 경쟁을 부활시킨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입시경쟁강화로 인해 전인교육과 창의성교육의 기회와 가능성은 더욱 약화될 것이며, 성장과 효율성의 가치에 밀려 인간에 대한 존중이나 공동체적 윤리 등은 부차화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접하는 교육학자들로서, 최소한의 학자적 양식에 비추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단기적 성장지상주의적 관점에서 수단적으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가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교육정책기조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